이스라엘 정치의 구조적 함정: 네타냐후는 왜 이란과의 전쟁을 선택했나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겨냥해 동시다발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미국의 작전명은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이스라엘은 '포효하는 사자(Roaring Lion)'였습니다. 이 작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란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파괴,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겨냥해 동시다발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미국의 작전명은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
이스라엘은 ‘포효하는 사자(Roaring Lion)’였습니다.
이 작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란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파괴,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암살, 그리고 정권 교체였습니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고, 전 세계가 고통에 직면한 가운데 지난 주말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의는 불발되었습니다. 그만큼 상황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전 세계는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특종 기사에 주목했습니다.
여기서 뉴욕 타임스가 주목한 대목은
공습이라는 군사적 행위와 전쟁 상황이 아닌
‘도대체 이 전쟁은 어떻게 결정되었는가’라는 단 하나의 핵심 질문을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그 모든 결정의 중심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본지는 더 깊게 질문을 던지기로 했습니다.
왜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내용을 말이죠.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한 남자의 도박에서 시작해, 이스라엘 정치의 구조적 모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네타냐후의 도박: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 정권 교체를 팔다
이스라엘, 강경 세력이 집권하는 구조적 이유
자본, 충성, 전쟁 — 네타냐후 권력의 세 가지 기둥
율법이냐 총이냐 — 하레디 징집 거부가 이스라엘 연정을 흔든다
이 내용을 중심으로 오늘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1. 네타냐후의 도박: 백악관 상황실에서 이란 정권 교체를 팔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수개월에 걸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치밀하게 설득했습니다.
당시 미국 행정부는 이란과 별도의 핵 협상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협상이 이스라엘의 구상을 방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백악관을 방문해 이러한 외교적 흐름을 끊고자 했습니다.
이 설득 과정의 결정적 장면이 바로 2월 11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이었습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고위 참모들을 상대로 약 1시간 동안 직접 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간결하고 명확했습니다.
현재 이란은 정권 교체가 가능한 상태이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협력한다면 현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제시했습니다.
그는 단 몇 주 안에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파괴할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중동의 핵심 물류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도 안전하게 개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우려도 불식시켰습니다. 이란이 미국 본토나 미국의 이익을 직접 타격할 가능성은 적다며 안심시켰습니다. 나아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를 활용한 계획도 추가했습니다.
모사드가 배후에서 이란 내부의 민중 봉기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요컨대 ‘빠르고 확실한 승리’를 약속한 셈입니다.
프레젠테이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정권이 붕괴한 뒤의 청사진도 준비했습니다.
이란의 마지막 국왕(샤)의 아들인 레자 팔라비를 새로운 지도자로 소개하는 영상을 상영하며
자신의 주장에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물론 미국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이 계획을 회의적으로 보았습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비롯한 일부 관계자들은 이란 정권 교체 시나리오가 현실과 철저히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네타냐후 총리의 낙관론에 설득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네타냐후는 어떻게 이토록 과감한 도박을 감행할 수 있었을까요?
답은 단순히 그의 개인적 담대함에 있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정치 구조 자체가 강경파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 이스라엘, 강경 세력이 집권하는 구조적 이유
이스라엘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입법부인 크네세트(Knesset)는 총 120석 규모의 단원제 의회입니다.
의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른 비례대표제로 배분됩니다.
다만 원내 진입을 위해서는 전체 유효 투표수의 3.25% 이상을 얻어야 하는 최소 득표율 기준이 존재합니다.
실질적인 국가 권력은 총리가 행사하며,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 역할에 그칩니다.
또한 이스라엘에는 성문 헌법이 없습니다.
대신 ‘기본법(Basic Laws)’이 헌법 역할을 대신합니다.
법안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는 의회 과반수의 찬성만 있으면 됩니다.
이러한 정치 체제에는 구조적인 취약점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건국 이래 단일 정당이 과반 의석(61석 이상)을 차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따라서 총리가 되려면 반드시 여러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석 수가 적은 소수 극우 정당이나 종교 정당이 오히려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정국을 좌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2년 12월에 출범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현 정부(제37대) 역시 이런 틈새에서 탄생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소속 당인 리쿠드(Likud)를 중심으로 연정을 꾸렸습니다.
여기에 샤스, 오츠마 예후디트, 독실한 시온주의당 등 초정통파 및 극우 정당들을 끌어들였습니다.
그 결과 이타마르 벤-그비르와 베잘렐 스모트리치 같은
강경파 인사들이 각각 치안부와 재정부 장관이라는 요직에 올랐습니다.
이들은 과거 테러를 선동한 전력이 있습니다.
이는 연립정부 체제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결과였습니다.
현 집권 여당인 리쿠드당은 1973년에 창당되었습니다. 헤루트(Herut)와 자유당 등 우파 세력이 연합했으며, 1988년 단일 정당으로 완전히 통합되었습니다.
이들의 사상적 뿌리는 ‘수정 시온주의(Revisionist Zionism)’입니다.
그 바탕에는 블라디미르 자보틴스키의 ‘철벽(Iron Wall)’ 이론이 있습니다.
아랍의 적대감을 현실로 인정하되, 강력한 무력으로 대응해 영토 주권을 지키겠다는 원칙입니다.
즉, 지중해와 요르단강 사이의 모든 땅은 유대인의 영토여야 한다는 강경한 민족주의 노선입니다.
창당자인 메나헴 베긴은 1977년 총선에서 승리해 장기 집권 중이던 노동당을 밀어내고 총리가 되었습니다. 당시 리쿠드당은 초기 강령에 “바다와 요르단강 사이에는 오직 이스라엘의 주권만 존재한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헌법이나 법률로 자국의 국경을 최종 확정하지 않고 열어두었는데,
이는 극우 세력이 꿈꾸는 ‘대 이스라엘(Greater Israel)’ 이념,
즉 요르단 강부터 지중해에 이르는 모든 영토를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합리화하는 근거로 쓰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반대, 유대인 정착촌 확대, 강경한 안보가 리쿠드 당의 핵심 가치인 셈입니다. 리쿠드 당은 1999년 강령에서도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시온주의 가치의 실현’으로 규정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립은 ‘단호히 거부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네타냐후는 37년 가까이 살아남았습니다.
운이 아니라, 자본과 충성과 전쟁이라는 세 가지 자원을 정교하게 조합한 결과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