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ickool

The Pickool

Trends & Event

조니 아이브 × 샘 올트먼, 그리고 잡스의 미망인이 목격한 "다음 혁명"의 시작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 로렌 파월 잡스. 2004년 그녀가 설립한 에머슨 컬렉티브는 매년 데모 데이를 개최하는데요. 미국 현지 시각 기준 21일(금) 9번째 데모데이가 열렸습니다. 2시간 동안 여러 세션이 열렸지만, 그중 눈길을 끈 것은 로렌 파월 잡스가 사회를 맡고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오픈 AI의

이태호 (Philip Lee)'s avatar
이태호 (Philip Lee)
Nov 26, 2025
∙ Paid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 로렌 파월 잡스.

2004년 그녀가 설립한 에머슨 컬렉티브는 매년 데모 데이를 개최하는데요.

미국 현지 시각 기준 21일(금) 9번째 데모데이가 열렸습니다

출처: 에머슨 컬렉티브

2시간 동안 여러 세션이 열렸지만, 그중 눈길을 끈 것은

  • 로렌 파월 잡스가 사회를 맡고

  •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 오픈 AI의 공동 창업자 겸 CEO인 샘 올트먼이 함께 진행한 세션이었습니다.

약 30분간 진행된 이날 세션을 본지는 그대로 전문을 게재하기로 했는데요.

현장의 분위기와 함께 이날 세 거물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3~4가지의 주제로 정리하기에는 좋은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내용을 중심으로 오늘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주요 논의 주제>

  1. 샌프란시스코, 왜 혁신은 이 도시에서 시작되는가

  2. 정해진 답 없이 탐구하라: 조니 아이브의 창작 철학

  3. 타임스퀘어에서 산속 오두막으로: AI가 되찾아줄 영혼의 평화

  4.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디자인: 단순함 속의 기쁨

  5. 트랜지스터처럼: 우리 시대의 근본적 전환점


로린 파월 잡스

데모 데이(Demo Day)의 마지막 순서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정말 놀라운 하루였죠. 저는 이번 대담 역시 아주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이 자리를 준비하면서, 한 시대를 정의하는 두 사상가가 만날 때 얼마나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꼭 당장 어떤 제품을 만들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니더라도, 뜻이 통하고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때로는 마치 형제자매처럼 가까운 사람을 만나게 되니까요.

조니와 샘이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2년 전, 두 사람은 디자인과 지능, 그리고 기술이 인간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또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 협업의 결과로 ‘IO’라는 회사가 탄생했습니다. 두 사람이 공유한 호기심과 마음 깊은 곳의 사명감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죠. 두 사람은 엔지니어, 디자이너, 사상가들이 모인 놀라운 회사를 함께 세웠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인공지능(AI)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융합하고 있는 곳이죠.

그리고 정말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일을 샌프란시스코에서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샌프란시스코가 언제나 인간 가능성을 시험하는 실험실이자 작업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니는 인생에서 배운 모든 것이 바로 이 순간을 위한 준비였다고 말했고, 샘은 지금 이 순간을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기술 혁명 중 하나라고 불렀습니다. 정말 대단한 이야기들이죠. 두 분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정말 행운입니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조니, 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샌프란시스코 이야기로 문을 열고 싶네요. 왜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 바로 이곳,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곳엔 분명 특별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빛, 지형, 그리고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성을 허락하는 독특한 분위기 같은 것들이요. 두 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우리 셋 다 이곳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죠. 여기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이곳을 찾아왔고 정착하기로 선택했습니다. 우리뿐만이 아니죠. 많은 사람이 아주 특별한 이유로 이곳에 이끌립니다. 오픈 AI(OpenAI)와 IO가 왜 이곳에서 시작되었는지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조니 아이브

저는 1989년에 처음 이곳에 왔습니다. 스물한 살이었고, 비행기도 그때 처음 타봤죠. 여러모로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는 뭐랄까, 직감적으로 몸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정이었습니다. 이곳은 정말 독특했어요.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정말 말도 안 되는 곳이었죠. 지형을 생각하면 이렇게 좁은 공간에 무언가를 짓는다는 것 자체가...

로린 파월 잡스

무엇이든 짓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죠.

조니 아이브

네, 맞습니다. 그러다 1992년에 이곳으로 이주했으니, 사실상 지난 30년 넘게 이곳에서 제 자신을 형성해 온 셈입니다. 저는 이 도시에 정말로 엄청난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배웠다고 인지하는 것들도 있지만, 은연중에 혜택을 받았으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거든요. 저는 이 도시를 사랑합니다. 정말,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로린 파월 잡스

이곳에 있으면 다른 곳에서는 하지 못했을 방식으로 사고하게 된다고 보시나요?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조니 아이브

네, 저는 런던에서 자랐는데 거긴 정말 거대했거든요. 저는 이곳이 반도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도시의 팽창이 제한된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덕분에 밀도와 다양성이 생겨나고, 그게 우연한 만남이나 계획하지 않은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데 놀라울 정도로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샘 올트먼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제가 중서부에서 태어나고 자라긴 했지만 난생처음 여행한 곳이 샌프란시스코였다고 하더군요. 생후 3개월 때 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오셨대요. 전혀 몰랐던 얘기였죠. 하지만 그 후로 17살 대학생이 되어서야 다시 오게 되었는데, 오자마자 즉시 느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최고의 장소라고요.

저는 무엇이 샌프란시스코를 샌프란시스코답게 만드는지에 대해 온갖 이론을 가지고 있는데요. 분명한 결론은 이곳이 어디보다도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독특한 문화를 지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화가 놀라운 결과들을 만들어냈죠. ‘버닝 맨(Burning Man)’과 ‘AI’가 같은 도시에서 탄생했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겁니다. 동일한 문화적 힘이 이 모든 것을 이끌어낸 거죠.

그럼 왜 하필 여기서 그런 문화적 힘이 생겨났을까요? 분명 이 도시와 주변의 자연경관이 세상을 바라보는 특정한 감각을 지닌 사람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일 겁니다. 또 저는 지도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읽는 문화권에서 자랐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그 끝, 즉 개척지(frontier)의 가장 끝자락 같은 곳이었죠.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새로움과 가능성, 개척자 정신을 쫓는다면 결국 이곳으로 와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곳의 날씨도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우습게 들리겠지만요.

로린 파월 잡스

지금 자랑하시는 거죠? 보통 여기 날씨를 자랑하진 않잖아요.

샘 올트먼

저는 차갑고 상쾌한 공기가 창의적인 과정이나 사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덥고 습한 곳에 갔다가 샌프란시스코에 착륙할 때마다 느껴요. 기분이 달라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생각이 더 넓어지는걸요.

재미있는 점이죠. 사람들은 날씨 탓을 하지만 제가 보기엔... 물론 사교 생활에는 좀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밤이 따뜻해야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늦게까지 돌아다니며 서로 마주치기 좋을 테니까요. 세찬 바람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아, 다른 데 살았으면 좋겠다” 싶은 밤도 분명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곳엔 정말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도시가 작다는 점도 정말 큰 요인입니다. 몇 블록만 걸어서 모퉁이를 돌면 완전히 다른 동네에 온 듯한 느낌이 드니까요. 그리고 지금 시점에 이곳에 살기로 한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가 어떤 곳인지 어느 정도 알고 선택한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60년대의 그 거대한 문화적 흐름이 왜 여기서 일어났는지부터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일이 한번 일어나고 나니, 이곳은 사람들을 거부할 수 없이 끌어당기는 거대한 중력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로린 파월 잡스

네, 맞아요. 그게 시대정신을 형성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태어날 수 있게 만드는 재능과 호기심이 한곳에 모여 있다는 점도 중요하죠. 이건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들고, 나중에 되돌아봐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마치 15세기의 피렌체처럼요.

샘 올트먼

자유에 대한 헌신이 정말 중요합니다. 사람들의 고유함을 지지해 주는 거죠. 다들 이런 자유, 저런 자유를 원한다고 하지만, 제 생각에 자유는 그냥 자유입니다. 그 독특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아예 받아들이지 않거나 둘 중 하나죠. 피렌체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네, 정말 많은 것들이 허용되었던 곳이죠.

로린 파월 잡스

네, 동의합니다. 두 분이 처음 만났을 때 뜻이 통했지만, 그 후 함께 회사를 세우고 앞으로 펼쳐질 여정을 구상하는 건 꽤 큰일이죠. 청중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바로 두 분과 팀이 거친 아이디어 발상 과정에 관한 겁니다.

두 분은 처음부터 ‘AI 네이티브 제품’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건 제쳐두고 다른 주제들을 탐구했죠.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 인간과 인간의 관계 같은 것들 말이죠. 지능의 본질이나 도구의 본질도 파고들었고요. 인류가 도구를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 가치와 인권에 대해서도 논의했죠. 새로운 제품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느낌이어야 할지 고민하기에 앞서, 거의 학술적인 탐구가 먼저 있었던 겁니다.

조니, 이 부분에 대해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 왜 그런 방식으로 시작하셨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결국 어떻게 제품으로 이어지게 됐는지요.

조니 아이브

재미있는 건, 밥과 JR이 했던 말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겁니다. 미리 정해진 목표가 너무 명확하면,

This post is for paid subscribers

Already a paid subscriber? Sign in
© 2025 Pickool, Inc.
Privacy ∙ Terms ∙ Collection notice
Start your SubstackGet the app
Substack is the home for great culture